끌려가느냐, 아니면 떠나가느냐
link  김진아   2021-05-02

인간의 삶은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한 인간의 몸에 들어 있던 암도 죽음과 함께 바람과 같이 사라진다면 좋겠지만 암이라는
병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암을 유발하는 수많은 원인, 이를테면 공해와 바이러스와 세균, 하다못해 인간의 식습관까지
여전히 인류의 존속과 함께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사라져도 암은 아마 또 다른 종의 몸에 들어붙어 살아갈
것이다. 러시아 작가 솔제니친이 차가버섯을 역설적으로 '자작나무의 암'이라고 적었던 것처럼 말이다.

현대 인류사에 요즘처럼 인간이 인간 아닌 다른 존재 때문에 등장한 죽음으로부터 필사의 탈출을 시도하려 몸부림을 치던
시대가 있었을까? 총을 드는 대신 마스크를 쓰고 매우 어려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적이 보이지 않는다. 아주 작은
바이러스여서 총을 쏴서 잡을 수도 없다. 그런 면에서, 죽음은 암 환자들 곁에만 있는게 아니다. 아픈 자든 건강한 자든 알게
모르게, 문득문득 죽음의 기미를 느끼며 살아간다. 다만 '끌려가는 것'과 '떠나가는 것'의 차이가 있을 뿐!

위암 걸린 솔제니친의 암 치유법
솔제니친은 소설 에서 혁명과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난 후 관료주의에 빠져버린 소련 사회의 모순을 예리하게
드러내고 있다. 필자의 기억속에서 암 환자가 겪는 생존 열망과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에 관한 묘사가 흥미롭게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죽음을 대하는 노인들의 태도가 궁극적으로 가져야 할 죽음에 관한 자세를 제시하는 것 같아 느낀 바가 많다.
솔제니친은 그때 이미 웰 다잉을 말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노인들은 질병과 싸우지 않았고, 자신들이 죽지 않을 것이라고 허풍을 떨지도 않았다. 그들은 시간을 벌기 위해 애쓰지
않고 죽음을 조용히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때가 되면 누가 암말을 갖고 누가 망아지를 가질지 결정해 주었다. 그들은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가는 것처럼 편안하게 떠나갔다."

솔제니친은 과거 스탈린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한때 강제수용소 생활을 했으며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현 우주베키스탄
타슈켄트의 암 치료 전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 이다.
차가버섯이 암 치료와 관련해 소설에 등장하며 널리 알려지기도 했는데,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그는 암이 아닌 심장마비로
91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차가버섯은 우랄산맥과 시베리아 등 추운 지방의 자작나무에 기생한다. 자작나무 한 그루에 단 하나의 차가버섯이 들러붙어
15-20년 정도 자란다. 대개 버섯은 죽은 나무에 기생해 자라는 데 반해 차가버섯은 살아 있는 나무에 붙어 기생한다.
생명력이 아주 강해서 버섯의 성장이 끝아면 영양분을 모조리 빼앗겨버린 자작나무는 이내 죽어버린다.

차가버섯은 암의 특징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암세포가 인체의 특정부위에서 시작해 정상 세포의 영양을 빼았으며 성장해
결국 인체를 쓰러뜨리듯, 차가버섯 역시 자작나무의 수액을 10년 넘게 모두 흡수하면서 결국 나무를 쓰러뜨린다.
솔제니친의 말처럼 차가버섯이야말로 자작나무의 암인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차가버섯의 이러한 특성이 암치료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독을 없애기 위해 다른 독을 쓴다는 이독치독의 이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차가버섯은 면역물질을 활성화해 암세포 증식과 재발억제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에 걸린 사람들 (박홍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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